존경하고 사랑하는 천만 시민 여러분, 박원순 시장님과 조희연 교육감님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 여러분, 그리고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제10대 서울특별시의회 제284회 정례회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제10대 의회의 첫 번째 정례회입니다. 제10대 의회가 새로이 문을 열고 박원순 시장님의 3기 시정에 대해 견제와 협력을 펼친 지도 어느덧 100일을 훌쩍 넘겼습니다.
서울시의회는 이번 정례회를 통해지난 1,2기 市政과 4개월간의 3기 시정을 통해 서울이 겪은 변화를 꼼꼼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 앞에 놓인 서울의 미래 과제들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겠습니다.
앞으로 50일간 2018년도 행정사무감사와 2019년도 예산안 심의·의결 등 의회 주요 일정들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존경하는 선배·동료 의원님들께서 ‘현실 점검 그리고 미래 비전 제시’를 염두에 두고 최선을 다해 의정활동에 임해주시리라 생각합니다.
1. 행정사무감사 관련
지금 우리 사회는 성장은 침체되고 고용은 얼어붙고 집값은 치솟고 있습니다. 이번 정례회를 준비하며 저는 얼마동안 무거운 책임감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오늘날 서울에서 일한다는 것, 서울에서 살 곳을 마련한다는 것, 서울에서 아이들을 낳아서 키운다는 것, 서울에서 나이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희망을 꿈꾸는 것이 사치라는 걸 잘 알고 있어서였습니다.
꿈꾸는 것조차 사치라고 느낄 때, 시민들 마음 속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우리 의회에 주어진 감시와 견제라는 책무를 한 치의 소홀함 없이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서울시의회는 박원순 시장님께 여쭤볼 것입니다. 민생, 일자리, 부동산을 얼마나 안정시켰는지, 지난해 시민들께 약속드렸던 사안들은 올 한 해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집행하였는지, 이를 집행함에 있어 혹시라도 위법 부당한 사항은 없었는지, 이번 정례회를 통해 꼼꼼히 질문하겠습니다.
올해 서울시민이 겪은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일자리 문제>입니다. 2018년 서울시는 일자리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했습니다. 무려 1조원을 넘어서는 규모였습니다.
청년, 여성, 어르신, 장애인, 저소득층을 위해 대상별 특화 일자리 총 33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계획과 함께였습니다. 청년 일자리 6만개, 경력단절여성 일자리 6만 6천개, 중장년층 사회공헌 형 일자리 2만 5천개, 어르신 일자리 7만 6천개, 장애인 일자리 5900개, 저소득층 일자리 1만 9천개를 약속했습니다.
올해가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가 과연 이 목표를 달성했는지, 만약 아니라면 앞으로 달성할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청년들이 힘겨움에 지쳐갑니다. 시장님이 약속하신 청년 일자리 6만개가 정확히 어떤 부문에서 만들어졌는지도 확인되어야 합니다.
민간부문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데 초단기, 공공부문에서만 반짝 늘어나는 통계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뜻의 이장폐천(以掌蔽天)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서울시는 정책을 마련함에 있어 표를 의식하는 정책이 아닌 미래 근간을 다지는 정책, 양적인 성과만을 보여주는 정책이 아닌 질적인 성장을 염두에 둔 정책에 집중해야 합니다.
특히나 먹고 사는 문제와 바로 직결된 일자리 정책은단순한 수치의 증가보다 양질의 일자리 개발을 통한 안정적인 근로 환경을 만드는데 힘써야 합니다.
박원순 시장님, 그런 측면에서 이번 국정감사에서 다뤄진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고용특혜 관련 의혹 논란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2016년 5월 발생한 구의역 사고로 한 외주업체 비정규직 청년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그의 죽음 이후, 우리 사회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정말 많은 고민을 해왔으며, ‘위험의 외주화’를 근본적으로 끊어내기 위해‘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필요하다는 논의를 이어왔습니다.
그렇기에 본질이 흐려져서는 안 됩니다. 이번 의혹의 핵심은 단순히 교통공사 직원의 친인척이 정규직화 되었는지가 아니라, 친인척으로 밝혀진 몇몇 직원들의 채용과정에서특혜와 위법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우선, 감사원의 감사를 통해 이에 대한 정확한 진상 확인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위법이 있다면 반드시 책임을 지고 철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감사 결과와는 별개로, 다시는 이러한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울시 스스로 내부를 잘 관리·감독해야 할 것입니다.
서울시의회 역시 이번 행정감사를 통해 철저히 살피겠습니다. 그리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서울시민의 또 다른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주거비 부담 급증>이었습니다.
최근 몇 해 동안 대한민국 부동산 가격은 무섭게 올랐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살펴보면 금번 주택시장 과열은 전국적인 문제라기보다 일부 수도권 지역을 포함한 서울 주택시장의 과열 양상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강남·북 간 부동산 가격 격차는 많은 선량한 시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서울의 미래라 할 수 있는 청년들로 하여금 성실하게 일하며 정직하게 돈을 버는 것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주택정책은 시민의 일상에 이만큼 맞닿아있습니다. 시민의 평범한 하루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품은 꿈과 희망의 모습을 바꾸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주택시장의 안정화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다각도의 정책 노력은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중앙정부가 서울의 주택정책을 주도하고 서울시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주택공급을 위해 개발 가능한 유휴지나 나대지를 찾는 수준에 한정된다는 것은매우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5만의 소도시와 천 만의 대도시는 처한 상황이 다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향후 자치분권적 관점에서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조례 범위의 확대 등 정책 선택의 폭을 넓힘으로써, 서울 주택시장에 효과적이고 시의성 있게 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미국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엘리너 오스트롬은 “많은 지방정부가 중층적으로 작동하는 다중심의 거버넌스체제가 중앙집권화와 단일정부의 획일적 통치보다 효율적이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저는 이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국가와 국민 못지않게 지역과 시민·주민이 중요시 되는 로컬(Local) 시대에는, 지역 스스로 책임 있게 해법을 찾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서울을 향한 또 하나의 뼈아픈 지적이 있습니다. 바로, 서울시의 <중간지원조직 예산>이 매우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그간의 개발과 성장 위주의 시정에서 참여와 상생을 중요시 하는 시정으로 방향을 전환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주민참여, 마을공동체, 사회혁신, 협치 등 공동체적 가치 확산이 그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업과 관련한 서울혁신센터,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서울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등 중간지원조직을 통해 예산이 낭비되는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 서울시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되어왔습니다.
서울시의회 역시 2018년도 서울시 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몇 가지 사업의 개선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 동북권 NPO지원센터의 일부 사업내용은서울시에서 이미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 센터와 성평등 활동 지원센터 운영 사업,그리고 서울여성가족재단에서 운영 중인 성주류화지원센터 사업과 유사·중복되는 내용이었습니다.
박원순 시장님, 한정된 예산을 낭비 없이 사용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예산의 유사 중복적인 사용을 막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혁신을 기치로 내건 조직들이 오히려 의혹을 받는 상황이라면 제 살을 깎는 심정으로 냉정하게 진단하고 새로이 정비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2. 예산안 심의 관련
서울연구원이 정리한 박원순 시장의 지난 2기 시정에 대한 시민 만족도를 살펴보면, 복지 건강, 문화 관광 등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편이나 경제 일자리, 여성 가족 환경, 재난대비 안전
주택 도시재생에 대한 만족도는 낮았습니다.
이는, 시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가 그 무엇보다 가장 위협받고 있다는 뜻입니다.민생의 가장 기본을 돌보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따라서 2019년 서울시 예산은 무엇보다도 <경제·일자리 문제>에 집중해야 합니다. 저성장·고용침체·양극화라는 삼중고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 뒷받침을 해야 합니다.
또한 지금의 경제적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보다 엄중하게 바라봐야 합니다. 서울은 천만 시민의 삶터인 동시에 오천만 국민의 꿈과 희망을 끌고 나가는 상징적 도시입니다.
그렇기에 서울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주도적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모든 부담을 후대로 떠넘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매우 빠릅니다. 대한민국은 지난해 노인인구 비율이 14%를 넘어서며 본격적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하였습니다. 2000년 노인인구 비율 7%를 넘어서며 ‘고령화 사회’가 된지 17년 만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고령화 속도 세계 1위였던 일본의 24년보다도 월등히 빠른 속도였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노인빈곤률과 노인자살률 또한 OECD 회원국 중 1위입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가장 먼저 신경 써야할 것이 노인 복지입니다. 어르신 일자리 확충’과 ‘사회적 돌봄 확대’ 노인 복지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저출산이라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도 앞장서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94명으로 1명 선 무너진 데 이어 올 2분기 합계출산율 또한 0명대로 진입했습니다.
당장 손에 잡히는 가시적인 성과에 집중하여 10년 뒤 닥쳐올 인구문제에 집중하지 않으면 이 시대 리더로서의 책무를 유기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출산율은 결국 아이를 낳고 키울 여성에게 출산과 육아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해주고 그에 필요한 비용을 보조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마련된 모든 정책이 선택적인 사항이 아니라 출산 가정 모두에게 의무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때 비로소 희망이 싹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원순 시장님, 시장님께서 6대 과제 중 첫 번째로 제시한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 등 보육 정책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2018 서울 복지박람회’에서 선언하신 <전면적인 어린이집 무상보육>에 대해서도 찬성하는 바입니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는 돌봄 책임을 시민에게 전가하지 않고직접 부담하는 정책적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조희연 교육감님,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각종 비리를 저지른 사립유치원 명단이 공개된 바 있습니다. 그동안 교육청 차원에서 이미 감사를 진행하며 회계 부정사실을 알았을 텐데
알고도 방기해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아이들 안전에 직결되는 시설 관련 비리, 아이들의 먹거리와 직결되는 급식 관련 비리는학부모들의 울분을 사기에 충분했습니다.
저출산이라는 시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동안 우리 사회가 건강한 보육·교육 환경 조성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까? 시민의 신뢰를 얻고자 얼마나 애를 써왔습니까? 다시는 이 같은 문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교육청은 재발방지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공립 못지않게 사립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사립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합니다. 이로써 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우리 아이들 교육의 질을 개선해야 합니다. 이 점 유념하시어 서울이 전국에 모범이 될 수 있도록 각오를 새로이 다져주시길 바랍니다.
존경하는 천만 시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입니다. 남북 간 이데올로기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공간입니다. 그런 대한민국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극한 대립의 시대를 지나 평화의 시대로 부지런히 걸음을 옮기는 중입니다. 바로 지금, 서울은 수도로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서울-평양 간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통해 남북통일 시대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만 합니다.
과거 독일이 통일로 나아가던 과정을 되새겨 보면, 1986년 동서독 간 도시 자매결연이 처음 맺어진 이후 1990년 통일 전까지 60건 이상의 도시 자매결연이 이루어졌습니다. 동서독 간 활발한 도시 교류는 양측 주민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동독 내의 경직성을 완화하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서울이 평양과 적극적인 교류를 펼쳐야 하는 이유입니다. 국가 대 국가로서는 쉽지 않은 일도
도시 대 도시로서는 가능한 영역이 있습니다. 체육 문화 예술 교류를 확대하고 인도주의적 지원 사업 또한 꾸준히 지속해야 합니다.
박원순 시장님, 서울-평양 간 교류협력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의회도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시민의 안전>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경제, 저출산·고령화, 남북평화 등 굵직한 사안을 챙기다 보면 당연한 것을 놓치고 갈 때가 있습니다. 천만 서울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내는데 필요한 안전 예산도 꼭 챙기겠습니다.
존경하는 천만 서울시민 여러분, 제10대 서울특별시의회는 2019년도 서울시 예산 35조 7,843억 원에 서울의 10년 앞을 내다보는 정책적 노력을 반드시 담아내고자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시민 여러분의 힘겨운 노력들이 단지 현재의 고단함을 덜어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밝은 미래를 향한 희망의 도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천만 서울시민 모두에게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선사하기 위해 110명 서울시의원 모두가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