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는 끝났다.
그러나 선거의 끝은 행정의 시작이다. 선거가 선택과 경쟁의 과정이었다면, 행정은 갈라진 마음을 모으고 서로 다른 이해를 조정하는 통합의 과정이다. 선거에서는 정당과 후보가 경쟁했지만, 행정에서는 모두가 함께 가야 한다. 그래서 단체장의 가장 큰 숙명은 승리의 기쁨을 오래 누리는 것이 아니라, 선거 과정에서 갈라진 주민의 마음을 다시 하나로 모으는 일이다.
오늘날 인공지능은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고 가장 효율적인 대안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생각을 경청하고 갈등을 조정하며 공동체가 함께 받아들일 수 있는 미래를 만드는 일은 여전히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사람의 마음을 읽고 신뢰를 쌓는 일은 AI가 대신할 수 없다. 이것이 AI 시대에도 지도자가 필요한 이유이며, 지방자치단체장이 감당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시대적 소명이다.
우리 역사에도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 준 지도자가 있었다.
조선의 세종은 절대권력을 가진 임금이었지만 자신의 생각만 앞세우지 않았다. 집현전 학자와 대신들의 의견을 끝까지 듣고, 서로 다른 주장을 충분히 토론하게 한 뒤 가장 합리적인 결론을 선택했다. 훈민정음 창제와 과학기술의 발전, 농업과 국방의 혁신은 한 사람의 독단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조정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세종의 리더십은 권위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경청에서 나왔다.
반대로 우리 역사는 당파가 나라보다 앞섰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도 보여 준다. 조선의 붕당은 처음에는 정책과 학문을 둘러싼 건전한 논쟁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상대를 배제하는 당쟁으로 변질되었다. 능력보다 소속이 앞섰고, 민생보다 당파의 이해관계가 우선되면서 국력은 점차 약해졌다.
역사는 분명한 교훈을 남겼다.
정파가 백성보다 앞서면 공동체는 흔들리고, 백성을 중심에 두면 나라가 바로 선다는 것이다.
오늘날 지방자치도 다르지 않다.
물론 지방의 단체장도 중앙정치의 편 가르기와 줄 세우기, 당리당략과 자기편 중심의 정치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 정당의 공천을 받고 선거를 치른 이상 정치적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뒤에도 정당의 논리와 진영의 시각에 머문다면 지역은 하나가 될 수 없다. 단체장은 특정 정당의 대표가 아니라 모든 주민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통합의 정치는 승자의 박수만 받는 정치가 아니다. 패자와 그를 지지했던 주민들까지 결과를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정치다. 승자가 "잘했다."고 박수치고, 패자도 "그 결정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인정할 때 비로소 행정은 선거를 넘어 주민 모두의 행정이 된다.
그렇다면 통합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통합은 구호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먼저 듣는 것에서 시작된다. 단체장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주민의 생각을 듣는 사람이어야 한다. 청년의 꿈을 듣고, 기업인의 제안을 듣고,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듣고, 학부모의 걱정을 듣고, 어르신의 삶의 경험을 듣고,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의 작은 목소리까지 끝까지 경청해야 한다. 그리고 서로 다른 의견을 정책 속에 녹여내야 한다.
좋은 행정은 모든 사람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하고,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설득하며, 공동체 전체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통합은 모두를 같은 생각으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을 같은 미래로 이끄는 리더십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여주기식 간담회가 아니라 제도가 필요하다. 매월 계층별·직능별 주민과 정례적으로 대화하는 '주민 경청의 날', 주요 정책을 결정하기 전 시민참여 토론회, AI 플랫폼을 활용한 상시 주민 의견 수렴, 찬성하는 사람뿐 아니라 반대하는 사람의 목소리까지 끝까지 듣는 공론의 장, 그리고 정책 시행 이후 주민에게 결과를 설명하고 다시 평가받는 피드백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될 때 행정은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주민과 함께 만드는 정책으로 바뀐다.
인사와 예산, 정책 결정에서도 자기편이라는 이유로 우대하거나 반대편이라는 이유로 배제해서는 안 된다. 능력과 공정성, 그리고 지역 전체의 이익을 기준으로 사람을 쓰고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주요 현안을 논의할 때도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뿐 아니라 경쟁 후보를 지지했던 주민과 비판적인 전문가, 반대 의견을 가진 주민까지 같은 자리에 초청해 충분히 의견을 들어야 한다. 모든 요구를 수용할 수는 없지만 누구의 의견도 처음부터 배제하지 않는 것이 통합 행정의 출발이다.
AI는 데이터를 분석할 수는 있지만 신뢰를 만들지는 못한다. 신뢰는 경청에서 시작되고 공감으로 이어지며 결국 통합을 완성한다. 그래서 AI 시대일수록 단체장의 역할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더욱 중요해진다.
새로운 동대문은 더 높은 건물을 짓는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한다고 완성되지도 않는다. 주민의 다양한 목소리가 정책에 담기고, 갈등이 대화로 바뀌며, 서로 다른 생각이 하나의 미래를 향해 나아갈 때 비로소 새로운 동대문이 시작된다.
'퍼스트 동대문'은 어느 정당이나 특정 계층이 앞서는 도시가 아니다. 청년과 어르신, 기업인과 노동자, 소상공인과 소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 원주민과 새로 이주한 주민 모두가 지역의 주인으로 존중받는 도시다. 빠르게 앞서가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도시, 그것이 진정한 퍼스트 동대문이다.
정당은 선거를 위해 경쟁하지만 행정은 주민 모두를 위해 존재한다. 권력은 임기와 함께 끝나지만 신뢰는 다음 세대까지 이어진다. 좋은 단체장은 자기편을 늘리는 사람이 아니라 주민의 신뢰를 넓히는 사람이며, 승자의 박수에 머무는 사람이 아니라 패자까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사람이다.
귀를 권력이 아니라 주민에게 열고, 다양한 의견을 끝까지 경청하며, 서로 다른 생각을 하나의 미래로 엮어 가는 것. 그것이 AI 시대 단체장의 가장 큰 숙명이며, 6·3 지방선거가 우리에게 남긴 시대적 소명이다.
새로운 동대문은 통합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퍼스트 동대문'은 승자만 박수치는 도시가 아니라, 모든 주민이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도시에서 비로소 완성되는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