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은 더위가 아니라, 땀의 가치를 배우는 계절입니다.
오는 7월 5일은 소서(小暑)입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절기이지요. '작은 더위'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소서가 지나면 여름은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습니다. 장마가 이어지고, 매미는 숲을 깨우며, 들녘의 벼는 하루가 다르게 푸르름을 더해 갑니다.
소서는 24절기 가운데 열한 번째 절기로,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하지(夏至)와 가장 무더운 절기인 대서(大暑)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이름은 '작은 더위'지만, 실제로는 한여름의 문을 활짝 여는 절기입니다.
옛 어른들은 "소서가 넘으면 새 각시도 모를 심는다."고 했습니다. 갓 시집온 새색시조차 치마를 걷어붙이고 논으로 나가야 할 만큼 바쁜 농번기였다는 뜻입니다. 절기는 날짜를 알려주는 달력이 아니라, 삶의 때를 일깨워 주는 자연의 시계였습니다.
소서 무렵이면 장마전선이 한반도를 오르내리며 많은 비를 뿌립니다. 논과 밭에는 생명의 단비가 되지만, 때로는 폭우가 되어 농작물을 쓰러뜨리고 삶의 터전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상들은 하늘을 원망하기보다 논둑을 살피고 물길을 정비하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먼저 배웠습니다.
소서를 지나면 어느새 초복도 찾아옵니다. 올해 초복은 7월 15일입니다. 예부터 사람들은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삼계탕과 장어, 전복 같은 보양식을 즐기고, 시원한 콩국수 한 그릇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랬습니다. 여름 한복판에서 몸을 보하는 것은 단순한 음식 문화가 아니라 계절을 견디는 삶의 지혜였습니다.
과일도 가장 풍성한 계절입니다. 수박과 참외는 갈증을 달래주고, 복숭아와 자두는 한여름의 달콤함을 전해 줍니다. 냉장고에서 막 꺼낸 수박 한 조각, 잘 익은 복숭아 하나만으로도 더위는 잠시 잊히고, 여름은 한결 넉넉해집니다.
이맘때가 되면 어린 시절의 풍경도 하나둘 떠오릅니다. 매미 울음이 하루 종일 이어지고, 봉숭아꽃으로 손톱을 물들이던 아이들, 개울에서 물장구를 치며 해가 지는 줄 모르던 친구들, 저녁이면 마당 평상에 둘러앉아 부채를 부치고 수박을 나눠 먹던 여름밤…. 더위는 힘들었지만 사람의 온기는 더 뜨거웠습니다.
오늘은 에어컨이 여름을 대신하지만, 절기는 여전히 자연의 질서를 가르쳐 줍니다. 땀 흘릴 때 땀 흘리고, 쉬어야 할 때 쉬며,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는 삶의 지혜는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습니다.
올여름도 무더위와 장마, 그리고 국지성 폭우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작은 대비가 큰 피해를 막고, 이웃을 한 번 더 살피는 마음이 모두를 지켜 줍니다.
계절은 해마다 같은 자리에 돌아오지만, 그 계절을 맞는 우리의 마음은 늘 조금씩 달라집니다.
한여름은 더위가 아니라, 땀의 가치를 배우는 계절입니다.
푸른 논이 가을 황금 들녘을 준비하듯, 오늘 흘리는 땀 한 방울도 언젠가는 삶의 결실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십시오.
흘러가는 것은 계절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삶도 그렇게 또 한 철을 지나, 또 다른 계절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