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이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에게 제시하는 한 해의 약속이라면, 결산은 그 약속을 얼마나 충실히 지켰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예산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확보한 예산이 당초 목적대로 쓰였는지, 주민에게 필요한 사업이 제때 추진됐는지, 불필요하게 남거나 다음 해로 넘어간 예산은 없는지 살펴보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특히 결산검사는 단순히 수입과 지출의 숫자를 맞추는 회계절차가 아니다. 예산편성의 적정성과 집행의 효율성, 사업의 성과를 평가하고 잘못된 재정운용이 반복되지 않도록 바로잡는 지방재정의 중요한 검증 과정이다.
동대문이슈는 이러한 관점에서 동대문구의 2025회계연도 결산 심사보고서를 살펴봤다. 예산전용과 불용액, 명시이월과 사고이월, 예비비 지출, 기금 운용, 성과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주민의 세금이 어떻게 사용됐고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짚어봤다.
동대문구의 2025회계연도 결산에서 658억 원이 넘는 사업비가 다음 연도로 이월되고, 576억 원이 넘는 예산이 집행잔액으로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사업에서는 전년도에 이월한 예산을 다시 이월하거나, 사업 필요성이 줄어들어 예산이 남을 것으로 예상됐는데도 추가경정예산에서 감액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다.
예산전용은 27건, 10억 3,958만 원으로 전년보다 금액이 73.3% 증가했다. 일부 복지사업은 예산의 절반 이상을 사용하지 못했고, 교통시설 유지보수 사업에서는 4억 6천만 원 넘는 예산을 집행하고도 성과지표상 실적이 0건으로 기록되는 등 성과관리의 적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동대문구의회 제358회 정례회에 제출된 「2025회계연도 세입·세출 결산 및 예비비 지출 승인안 심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이번 결산은 예산의 확보 규모뿐 아니라 실제 집행 가능성을 고려한 예산편성, 사업 지연에 따른 반복 이월, 불용액 관리, 성과평가의 신뢰성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 2025회계연도 결산…예산 집행률 88.2%
2025회계연도 동대문구의 총세입은 1조 1,667억 9,377만 원, 총세출은 1조 258억 3,289만 원으로 집계됐다.
예산현액 대비 전체 집행률은 88.2%였다.
예산현액은 당초 편성한 예산에 추가경정예산과 전년도 이월액 등을 반영해 해당 연도에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확정된 예산 규모를 뜻한다. 예산 집행률은 이 예산현액 가운데 실제 지출한 금액의 비율이다.
세입에서 세출을 뺀 결산상 잉여금은 약 1,409억 6천만 원이다.
이 가운데 다음 연도 이월액은 658억 3,123만 원이며, 보조금 반납액 등을 제외한 순세계잉여금은 615억 6,815만 원으로 나타났다.
순세계잉여금은 결산상 잉여금에서 다음 연도로 넘겨 사용할 이월사업비와 보조금 반납액 등을 제외한 금액이다. 쉽게 말해 결산을 마친 뒤 다음 연도 재정운용에 활용할 수 있는 잔여재원이다.
순세계잉여금은 전년도 1,108억 2,486만 원보다 492억 5,671만 원 감소했다.
순세계잉여금 감소는 전년보다 재정 운용상 남은 재원이 줄었다는 의미지만, 이를 곧바로 예산집행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뜻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이월사업비가 크게 증가했고 일부 사업에서 높은 불용률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 명시이월 435억·사고이월 223억…전년보다 236억 증가
2025년도 전체 이월액은 658억 3,123만 원으로 전년도보다 235억 6,671만 원 증가했다.
명시이월은 434억 8,148만 원, 사고이월은 223억 4,974만 원이다.
명시이월은 해당 회계연도에 지출을 마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비를 지방의회의 의결을 받아 다음 연도로 넘기는 것이다.
사고이월은 해당 연도에 지출원인행위를 했지만 불가피한 사유로 지출하지 못한 금액 등을 다음 연도로 넘기는 제도다.
여기서 지출원인행위란 공사나 물품 구매 계약 등 지방자치단체가 앞으로 돈을 지급해야 할 의무를 발생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쉽게 말해 명시이월은 사업비를 연내 사용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미리 예상해 넘기는 것이고, 사고이월은 계약 등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사유로 지출하지 못해 넘기는 것이다.
두 제도 모두 지방재정법에 따라 허용되는 정상적인 예산운용 방식이다.
문제는 이월 자체가 아니라 사업 지연의 원인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었는지, 전년도 이월예산을 다시 이월하는 상황이 반복되는지에 있다.
이번 결산에서는 특별조정교부금 등 외부재원의 연말 집중 교부, 관계기관 협의와 설계 변경, 지반침하 및 현장 여건 변화 등이 주요 이월 사유로 제시됐다.
그러나 일부 사업에서는 행정절차와 공사기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을 편성한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 행정기획위원회 소관 이월액 1년 새 두 배로
행정기획위원회 소관 일반회계의 2025년도 이월액은 169억 4,506만 원이다.
2024년도 83억 2,938만 원보다 86억 1,568만 원 증가했다.
명시이월은 37건, 120억 9,669만 원으로 전년도 20건, 73억 5,285만 원보다 건수와 금액이 모두 늘었다.
사고이월도 21건, 48억 4,838만 원으로 전년도 5건, 9억 7,653만 원보다 크게 증가했다.
특히 사고이월 건수는 5건에서 21건으로 네 배 이상 늘었다.
전문위원 검토보고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지반침하와 주민센터 화재 복구 등 불가피한 사유도 있었지만, 방역 컨테이너 설치 장소 협의 지연, 외국어 판촉물 제작업체와 동영상 크리에이터 섭외 지연, 서울한방진흥센터 박물관 유물 구입 지연 등 사업계획을 충분히 수립하지 못한 사례도 제시됐다.
이는 사업부서가 예산편성을 요구하기 전에 연도 내 사업 시행 가능성과 예상되는 문제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 주차장특별회계 집행률 45.8%…예산보다 사업이 늦었다
주차장특별회계의 2025년도 집행률은 45.8%에 그쳤다.
2024년도 집행률 63.9%보다 18.1%포인트 낮아졌다.
특별회계는 주차장 운영이나 특정 사업처럼 정해진 목적의 수입과 지출을 일반회계와 구분해 관리하는 회계다. 일반회계는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적인 행정과 주민서비스에 필요한 예산을 관리한다.
예산현액 385억 2,261만 원 가운데 185억 9,330만 원이 다음 연도로 이월됐다.
전체 예산의 48.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특히 이월액이 실제 지출액보다 9억 4,020만 원 더 많았다.
이문동 공영주차장 건설사업의 이월액은 115억 5,161만 원, 간데메공원 지하주차장 건설사업은 66억 3,887만 원이다.
두 사업의 이월액만 181억 9,048만 원으로 주차장특별회계 전체 이월액의 약 97.8%를 차지했다.
주차장 확보가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사업 지연의 원인과 실제 준공 일정, 향후 예산집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 간데메공원 지하주차장, 전년도 이월예산 다시 넘겨
간데메공원 지하주차장 건설사업은 반복 이월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2024년도 시설비와 감리비 27억 7,578만 원을 명시이월했지만, 이 가운데 시설비 26억 9,578만 원 중 8억 7,152만 원만 집행됐다.
나머지 18억 2,426만 원은 매장유산 조사와 인골 수습 등에 따른 공사 지연으로 다시 사고이월됐다.
여기에 2025년도 예산에서도 48억 1,461만 원이 추가로 명시이월됐다.
결국 2025년도 전체 이월액은 66억 3,887만 원에 달했다.
전문위원은 매장유산 조사와 현장 여건 변화 등 불가피한 사정을 인정하면서도, 전년도 이월예산의 상당 부분이 다시 이월되고 신규 예산에서도 대규모 이월이 발생한 만큼 공정계획의 적정성과 잔여예산의 집행 가능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왕산로 야간명소 조성사업, 34억 원 중 3.2%만 집행
왕산로 야간명소 조성사업은 2024년도 예산 34억 원 전액을 명시이월했다.
그러나 2025년에도 심의와 자문 등 사전절차 이행으로 1억 1,012만 원만 집행했다.
집행률은 3.2%에 불과했다.
나머지 약 32억 9천만 원이 다시 사고이월됐다.
전문위원은 특별교부세 교부 시기와 행정절차 등 사유를 인정하면서도, 심의와 자문, 관계기관 협의 등 통상적인 행정절차에 필요한 기간을 사업계획에 충분히 반영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예산을 확보했더라도 사업 추진을 위한 사전절차가 준비되지 않았다면 실제 집행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 외대앞역 휘경로 보행환경 개선, 95.4% 사고이월
외대앞역 휘경로 보행환경 개선사업도 예산현액 16억 원 가운데 7,438만 원만 집행했다.
집행률은 4.6%다.
나머지 15억 2,562만 원은 사고이월됐다.
사업비 전액에 대해 지출원인행위는 이뤄졌지만 동절기 굴착통제로 판석 포장 등 주요 공정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전문위원은 겨울철 굴착공사 제한이 매년 반복되는 예측 가능한 사항이라는 점에서 사업계획 수립 당시 착공 시기와 공사 가능기간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량리 일대 가로환경 정비사업 역시 예산현액 21억 2,500만 원 가운데 18억 398만 원이 다음 연도로 이월됐다.
■ 환경자원센터 복구예산 86.6% 이월…복구계획과 예산 따로 움직였나
2024년 화재가 발생한 동대문환경자원센터 운영사업에서도 대규모 이월이 확인됐다.
2025년도 시설비 예산현액은 30억 3,100만 원이다.
이 가운데 실제 집행액은 3억 8,379만 원에 그쳤다.
24억 3,734만 원은 명시이월, 1억 8,813만 원은 사고이월됐다.
전체 시설비의 86.6%가 다음 연도로 넘어간 것이다.
해당 예산은 화재 이후 내부 폐기물과 잔존물 제거, 설비 철거와 청소 등 복구작업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다.
전문위원은 화재 복구에 따른 안전성 확보와 선행작업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화재 발생 이후 복구절차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었던 만큼 예산편성 당시 실제 집행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환경자원센터는 화재 이후 외부 폐기물 처리비용과 시설 복구, 손해배상소송, 향후 운영방향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시설이다.
따라서 복구예산의 반복적인 이월 여부뿐 아니라 시설 활용계획과 단계별 소요예산이 적절하게 연계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 불용액 576억 원…예산을 남긴 이유도 따져야
이월과 함께 살펴볼 문제는 불용예산이다.
2025회계연도 순세계잉여금 산정표에 따르면 집행잔액은 576억 2,516만 원이다.
불용액은 해당 연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편성한 예산 가운데 실제로 집행하지 않고 다음 연도로 이월하지도 않은 금액을 말한다.
전년도 집행잔액 777억 8,986만 원보다 약 201억 6,470만 원 감소했다.
불용액에는 보조금 정산잔액, 예산절감액, 사업계획 변경 등에 따른 집행잔액, 낙찰차액, 예비비 지출잔액 등이 포함된다.
낙찰차액은 공사나 물품 구매 등의 입찰에서 실제 계약금액이 예정한 예산보다 낮아 발생하는 차액을 뜻한다.
이 가운데 예산절감이나 낙찰차액은 정상적인 예산운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 필요성이 감소했거나 실제 수요가 부족해 예산이 남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예산을 조정하지 않았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번 결산에서는 이러한 사례가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 도로사업 10억 원 가까이 불용…추경 감액 기회 놓쳐
도시계획시설 도로 관리 및 도로개설·확장사업은 전년도에서 사고이월된 시설비 11억 5,896만 원 가운데 1억 6,323만 원만 집행했다.
집행률은 14.1%에 그쳤고, 9억 9,574만 원의 집행잔액이 발생했다.
결산검사의견서에 따르면 답십리로59길과 망우로21길은 일부 구간 시공 후에도 도로 기능을 확보할 수 있어 추가 철거와 확장의 필요성이 감소했다.
일부 사업에서는 보상비도 당초 예상보다 적게 소요됐다.
왕산로7길 등 일부 사업은 완료됐거나 완료를 앞둔 상황에서도 실제 남은 공정과 소요액보다 많은 예산을 사고이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사업 필요성 감소와 보상비 절감 등 집행잔액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알 수 있었음에도 추가경정예산에서 감액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추가경정예산, 줄여서 추경은 당초 예산이 확정된 뒤 사업 여건이나 재정 상황이 달라졌을 때 지방의회의 심의를 거쳐 예산을 추가하거나 줄이는 절차다.
전문위원은 이를 예산운용의 효율성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사례로 지적했다.
예산이 남을 것으로 예상되면 적절한 시기에 감액해 다른 필요한 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 집행하기 어려운 사업에 예산이 묶여 재정운용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 일부 부서 불용률 20% 넘어…반복되는 예산 과다편성 우려
행정기획위원회 소관 일반회계의 집행잔액은 보조금 반납액을 포함해 290억 4,299만 원으로 나타났다.
불용률은 7.2%로 전년도 13.6%보다 낮아졌다.
불용률은 예산현액에서 사용하지 않고 남은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이 보고서의 소관별 분석에서는 보조금 반납액과 집행잔액을 합산해 산정했다.
전체적으로는 개선됐지만 일부 부서에서는 높은 불용률이 반복됐다.
기획예산과의 예비비를 제외하면 불용률이 20%를 넘는 부서는 감사담당관, 정책관리관, 세정과 등 3개 부서다.
감사담당관은 2020년 이후 지속적으로 높은 불용률을 보였고, 2024년 신설된 정책관리관은 2년 연속 20%를 넘겼다.
세정과 역시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불용률이 20%를 초과했다.
특정 부서에서 매년 상당한 예산이 남는다면 당초 예산을 과다하게 편성했는지, 실제 사업 수요가 감소했는지, 사업 추진에 문제가 있었는지 구분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문위원은 매년 많은 불용이 발생하는 사업은 원인을 파악하고 사업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복지사업도 불용률 높아…자활성공지원금 95.4%
복지건설위원회 소관 일반회계의 2025년도 집행률은 90.3%로 전년도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보조금 반납액은 99억 572만 원, 순수 집행잔액은 288억 4,324만 원이다.
보조금 반납액은 국가나 서울시 등으로부터 지원받은 보조금 가운데 사용하지 못했거나 정산 결과 반환해야 하는 금액이다.
이를 합친 집행잔액은 387억 4,895만 원으로 전년도보다 1억 8,245만 원 증가했다.
불용률도 5.3%에서 5.4%로 높아졌다.
개별 복지사업에서는 높은 불용률이 확인됐다.
사회복지과의 자활성공지원금은 예산 2,173만 5천 원 가운데 100만 원만 집행됐다.
집행잔액은 2,073만 5천 원으로 불용률은 95.4%다.
지원받은 사람은 2명이다.
자활성공지원금은 취업이나 창업, 생계급여 탈수급뿐 아니라 일정 기간 해당 상태를 유지해야 지급되는 등 지원요건이 복합적이다.
따라서 지원 실적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사업 운영이 잘못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지원 대상자가 예상보다 적었다면 실제 수요와 지급요건을 검토하고, 집행 부진이 반복될 경우 보조금 교부기관과 협의해 예산규모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 장애인친화 미용실·공영장례 등도 절반 이상 불용
장애인복지과의 장애인친화 미용실 운영사업은 예산 550만 원 가운데 213만 원을 집행했다.
불용액은 337만 원으로 불용률은 61.3%다.
복지정책과의 공영장례지원사업은 예산 1,875만 원 가운데 924만 9천 원을 집행해 950만 1천 원이 남았다.
불용률은 50.7%다.
공영장례지원사업의 집행잔액은 무연고 사망자 감소에 따른 것으로 설명됐다.
가족정책과의 저출생 구 특화사업 운영은 예산 834만 원 가운데 297만 5천 원을 집행해 64.3%가 남았다.
다만 이 사업은 예측하기 어려운 돌봄 공백에 대비하는 예비적 안전망 성격이 있어 일반적인 사업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어르신복지과의 장기요양기관 환기시설 설치비용 지원사업은 지원 희망시설이 폐업하면서 예산 268만 4천 원 전액이 집행되지 않았다.
복지사업의 불용 사유는 사업마다 다르다.
실제 수요가 감소한 사업과 신청자가 부족한 사업, 예비적 성격의 사업을 구분해 예산편성과 지원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 노후건축물 보수보강 지원사업, 예산 전액 미집행
건축안전특별회계에서도 높은 불용률이 확인됐다.
소규모 노후건축물 보수보강 지원사업은 예산 1,600만 원을 편성했지만 신청자가 없어 전액 집행되지 않았다.
건축과는 사업 안내와 신청자 모집을 진행했으나 희망자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공사장 안전관리사업은 예산 9,153만 원 가운데 4,564만 원을 집행해 50.1%가 남았다.
공동주택 품질점검단 운영사업도 예산 3,162만 원 가운데 1,400만 원만 집행해 불용률이 55.7%에 달했다.
일부 공동주택의 공사일정 지연으로 품질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제시됐다.
주민 안전과 관련된 사업은 예산편성만으로 성과를 평가할 수 없다.
실제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원인과 신청 조건, 사업 홍보와 접근성 등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 동대문구의회도 불용률 15.7%…전년보다 악화
예산운용 문제는 집행부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동대문구의회 운영위원회 소관 예산현액은 56억 7,605만 원이며, 지출액은 47억 8,590만 원이다.
집행률은 84.3%로 일반회계 평균 89.7%보다 5.4%포인트 낮다.
집행잔액은 8억 9,015만 원으로 불용률은 15.7%다.
전년도 불용률 14.4%보다 1.3%포인트 높아졌다.
교육훈련사업의 집행률은 69.8%, 인사관리사업은 50.5%, 의회 청사관리사업은 31.4%에 그쳤다.
교육훈련사업은 우수공무원 및 퇴직공무원 해외연수가 의회 내부 사정으로 취소되면서 집행잔액이 발생했다.
인사관리사업은 인사위원회를 서면심사 중심으로 운영해 회의 참석수당을 절감했다.
의회 청사관리사업은 당초 전면방수로 계획했던 청사 외벽공사를 부분방수로 변경하면서 예산이 남았다.
일부는 예산절감 효과로 볼 수 있지만, 사업계획 변경과 취소에 따른 불용은 당초 예산편성의 적정성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예산전용 27건, 10억 3,958만 원…금액 73.3% 증가
2025년도 일반회계 예산전용은 27건, 10억 3,958만 2천 원이다.
2024년도 28건, 5억 9,972만 1천 원보다 건수는 1건 줄었지만 금액은 4억 3,986만 1천 원 증가했다.
증가율은 73.3%다.
예산전용은 지방의회가 승인한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사업 여건이 달라질 경우,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예산의 사용 항목이나 사업 간 금액을 조정하는 제도다.
쉽게 말해 당초 정해진 예산의 일부를 다른 용도로 옮겨 사용하는 것이다. 다만 모든 예산을 자유롭게 옮길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지방재정법에서 정한 범위와 제한을 따라야 한다.
예산전용은 지방재정법에 따라 일정 범위에서 허용되는 제도다.
따라서 전용 사실만으로 위법하거나 부당한 집행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전용금액이 크게 증가한 만큼 사업별 전용 사유와 당초 예산편성의 적정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행정기획위원회 소관 전용은 14건, 2억 2,281만 원으로 전년도보다 감소했지만 전체 전용금액은 증가했다.
다른 소관 분야에서 전용 규모가 커진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 환경자원센터 감정평가비 1억 1천만 원, 예비비 사용 적정성 검토
예비비 사용에서도 검토가 필요한 사례가 확인됐다.
예비비는 예산편성 당시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나 예산을 초과하는 불가피한 지출에 대비해 미리 확보해 두는 재원이다. 재난·재해 복구 등 긴급한 상황에 활용할 수 있지만, 사전에 예측할 수 있었던 비용까지 예비비로 충당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따져봐야 한다.
동대문환경자원센터 감정평가비 1억 1천만 원이다.
동대문구는 2024년 발생한 환경자원센터 화재와 관련해 손해배상 절차를 진행하면서 2025년 10월 23일 일반예비비에서 감정평가비를 지출했다.
복지건설위원회 전문위원은 화재 이후 손해배상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감정평가의 필요성을 예상할 수 있었는지, 추가경정예산에 별도로 반영할 수 없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문2동 지반침하 피해 주민 지원과 장안2동 주민센터 화재 복구 등은 긴급성이 인정되는 예비비 지출로 평가됐다.
■ 교통시설 유지보수에 4억 6천만 원 집행…성과는 0건?
성과평가에서도 문제점이 확인됐다.
교통행정과의 도로부속 교통시설물 유지보수 실적은 목표 380건에 실제 실적 0건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도로부속 교통시설물 설치 및 유지관리사업에는 4억 6,291만 원이 집행됐다.
예산은 집행됐는데 성과지표에는 실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같은 부서의 운수사업법 위반 행정처분 실적도 목표 170건에 실적 0건으로 기록됐다.
반대로 일부 사업은 성과목표를 지나치게 낮게 설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수과의 하천시설물 정비실적은 목표 24회에 실제 145회로 달성률이 604%에 달했다.
공원 점검 및 정비는 목표 16건에 실적 55건, 빗물받이 정비는 목표 200개소에 실적 530개소였다.
1인가구지원센터 관리 인원도 목표 8천 명에 실적 1만 8,911명으로 달성률이 236.4%였다.
성과지표가 실제 행정성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예산집행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전문위원은 실적 산정방식과 실제 사업내용의 연계성을 재확인하고, 최근 사업실적을 반영해 성과목표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복지기금 사용률 2~5%대…5년째 낮은 수준
일부 기금의 낮은 사용률도 개선 과제로 제시됐다.
기금은 일반적인 세입·세출예산과 별도로 특정한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조성하고 운용하는 재원이다. 복지나 중소기업 지원 등 특정 목적에 맞춰 사용하며, 기금 성격에 따라 일정한 재원을 적립하거나 융자하는 방식으로 운용하기도 한다.
2025년도 자활기금 사용률은 2.7%, 양성평등기금은 5.1%, 노인복지기금은 2.4%였다.
환경공무관 자녀학자금대여기금은 1.3%에 그쳤다.
최근 5년간 자활기금 사용률은 0~2.7%, 양성평등기금은 1.2~5.1%, 노인복지기금은 0.2~2.4% 수준에 머물렀다.
기금은 일정한 재원을 적립해 두는 기능도 있어 사용률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운용이 잘못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주민지원사업을 목적으로 조성한 기금이 장기간 적립 위주로 운용된다면 실제 지원 수요와 사업구조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문위원은 사업 발굴과 수혜대상 확대를 검토하고, 낮은 사용률이 계속될 경우 기금 통합·폐지까지 포함한 중장기 운용체계 개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결산은 승인됐지만 재정운용 개선 과제는 남아
동대문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025회계연도 세입·세출 결산 및 예비비 지출 승인안을 원안 승인했다.
그러나 결산 승인과 예산운용의 효율성 평가는 별개 문제다.
이번 결산에서 확인된 문제는 단순히 예산이 얼마나 남았는가에 그치지 않는다.
사업 추진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예산편성, 반복적인 명시이월과 사고이월, 예측 가능한 집행잔액의 미조정, 장기간 낮은 기금 사용률, 실제 사업집행과 맞지 않는 성과평가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업 필요성이 감소했거나 예산이 남을 것으로 예상됐는데도 적절한 시기에 감액하지 않은 사례는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동대문구가 이번 결산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다음 연도 예산편성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반복 이월사업과 높은 불용률을 보인 사업의 추진계획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동대문구의회 역시 결산 승인에 그치지 않고 지적사항의 개선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예산은 확보하는 것만큼 제대로 집행하는 일이 중요하다.
주민에게 필요한 사업이 제때 추진되지 못하고 예산이 반복해서 이월되거나 불용된다면 예산 확보 자체가 행정의 성과가 될 수는 없다.
이번 결산에서 드러난 문제들이 다음 연도 예산편성에서 얼마나 개선될 것인지가 동대문구 재정운용의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동대문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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