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장한로 6차선 도로가 하루 동안 자동차 대신 공연과 음악, 캠핑, 롤러스케이트, 시민들의 상점으로 채워진다.
‘2026 동대문페스티벌’이 오는 10월 3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장한로 일대에서 ‘문화의 새로운 질주’를 주제로 열린다.
올해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평소 자동차가 오가는 장한로 자체를 거대한 축제장으로 바꾼다는 점이다.
장한로는 과거 조선시대 국영 마장에서 말들이 달리던 지역이자 근현대에는 장안평을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이 성장한 곳이다. 축제는 이 같은 지역의 ‘질주와 역동성’을 문화적으로 재해석해 산업과 교통의 통로였던 아스팔트를 시민과 예술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으로 전환한다.
축제장은 메인무대를 비롯해 거리극장, ‘게으른 바닥’, ‘DDM로라장’, 도시캠핑, 도시로 나온 문화공간, 시민극장, 시민기획단, ‘내 차가 가게가 되는 날’ 등 장한로 곳곳에 펼쳐진다. 공연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머물며 즐기는 프로그램을 대폭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오전 11시 축제의 문을 여는 것은 ‘빅보스 타임! : 길을 열다’다. 뉴올리언스의 전통 퍼레이드인 ‘세컨드라인’을 바탕으로 브라스 연주와 퍼포먼스를 결합한 빅보스 마칭밴드가 시민극장에서 메인무대까지 이동하며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이어 아버지합창단과 시니어 예그리나합창단, 동대문구립소년소녀합창단, 동대문구립여성합창단 등 지역 예술단체들이 무대에 오른다.
오후에는 스트릿댄스와 전통연희, 국악과 힙합을 결합한 공연 등이 이어진다. ‘스트릿 퍼스’, ‘샤마크루: 하나의 지구, 하나의 리듬’, ‘향기나는 마을굿’, 국악·힙합 융복합 공연 ‘무브먼트 코리아’, 전통과 현대를 결합한 ‘코리안 집시, 상자루’, 창무회의 ‘춤바람이 분다’ 등 장르를 넘나드는 무대가 마련된다.
저녁 메인무대는 대중적인 공연으로 분위기가 바뀐다.
오후 8시에는 뮤지컬 배우 최정원이 앙상블과 함께 대표 뮤지컬 넘버를 선보이는 30분간의 갈라 공연을 펼친다. 이어 오후 8시 30분 공식행사를 거쳐 오후 9시에는 자우림이 무대에 올라 대표곡 메들리로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메인무대 못지않게 눈여겨볼 부분은 장한로 곳곳에서 이어지는 거리공연이다.
전통마술을 시작으로 ‘부러진 의자’,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초대’, 솜사탕을 소재로 한 1인극 ‘솜사탕 이발소’, 인형극 ‘숲속의 요정패밀리’, 대형 마차극장을 활용한 ‘낭만유랑극단: 마차극장’ 등이 이어진다.
택배기사를 소재로 한 서커스 ‘기사들’, 스포츠와 서커스를 결합한 ‘서커스게임즈’, ‘조선마술패’ 등도 거리에서 관객을 만난다.
한국과 멕시코 예술가들의 국제 공동창작 프로젝트 ‘토투가 마리나’도 주목할 만하다. 다섯 마리 새끼 바다거북의 첫 항해를 인형과 신체 움직임, 관객 참여로 풀어내는 거리공연이다.
동대문구의 지역성을 공연으로 풀어낸 ‘로컬콘텐츠’도 별도로 마련됐다.
서울약령시를 소재로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과 즉흥적으로 호흡하는 마임 ‘무대 위에서-서울약령시 사람들’을 비롯해 선농단의 씨앗과 농경문화를 청년들의 삶과 연결한 ‘씨씨씨씨씨’, 선농단을 소재로 한 거리극 ‘선농단: 농부의 씨앗’ 등이 펼쳐진다. 지역의 거리와 공간, 사람, 역사자원을 단순한 축제 배경이 아니라 공연의 소재로 활용한 것이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라면 ‘DDM로라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되는 DDM로라장은 1980~90년대 롤러장의 분위기를 장한로에 재현한다. 디제이 음악과 조명 속에서 롤러스케이트를 즐기는 세대공감형 공간으로, 부모 세대에게는 추억을, 자녀 세대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매 정시 시작해 45분간 운영하고 15분간 휴식하는 방식이다.
도로 위에서 캠핑을 즐기는 이색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도시캠핑’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3부로 나눠 운영한다. 1부는 오전 11시~오후 2시, 2부 오후 3~6시, 3부 오후 7~10시다. 평소 차량이 달리는 아스팔트에 텐트를 펴고 도심 한가운데에서 잠시 쉬어가는 프로그램으로 사전 신청과 현장 접수를 병행한다.
만화책을 읽으며 쉴 수 있는 ‘게으른 바닥’에서는 ‘슬램덩크’, ‘짱구는 못말려’, ‘유미의 세포들’ 등 31종 493권의 만화책을 마련한다. 신분증을 맡기면 한 번에 최대 5권까지 빌려 읽을 수 있고 뽑기 행사도 진행된다.
장한로의 자동차 정체성을 살린 ‘내 차가 가게가 되는 날’도 이색적이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시민들이 자신의 자동차 트렁크를 작은 상점이나 전시장으로 꾸며 물건과 소장품을 판매·전시·나눔하는 자동차 플리마켓이 펼쳐진다.
단순한 중고물품 장터를 넘어 장안평을 중심으로 형성된 자동차 산업의 지역 정체성을 시민의 ‘내 차’와 연결한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자동차를 이동수단에서 사람과 기억, 지역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문화공간으로 바꾼다는 취지다.
시민들이 직접 축제를 만드는 공간도 있다.
시민기획단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세대공감 보드게임 놀이터, 비밀처방전, 발광다이오드(LED) 야광 머리띠 만들기, 그림책 아로마테라피, 환경 체험, 캘리그라피와 족자 만들기, 추억의 가족사진 무료인화 등 다양한 체험부스를 운영한다. 주민이 단순 관람객이 아니라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방문객과 만나는 방식이다.
‘도시로 나온 문화공간’에서는 시민 참여형 예술도 만날 수 있다. 자신만의 색을 만들고 이름을 붙여 공동 캔버스에 남기는 ‘당신이 본색(本色)’, 차를 마시며 장소와 기억을 이야기하고 이를 ‘동대문 감각지도’로 만드는 ‘동대문 이야기 다방’, 동대문만물미술트럭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이번 동대문페스티벌은 대형 가수 공연 하나에 집중하기보다는 장한로 전체를 여러 개의 문화공간으로 나눠 오전부터 밤까지 공연과 거리예술, 휴식, 체험,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동시에 즐기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오후 8시 최정원 공연과 오후 9시 자우림 공연으로 이어지는 메인무대와 함께 거리극·롤러장·도시캠핑·자동차 플리마켓·로컬콘텐츠를 결합하면서 ‘차 없는 장한로’ 자체를 축제 콘텐츠로 활용한다.
차가 달리던 6차선 도로가 단 하루 멈추고 그 자리를 사람과 문화가 채우는 셈이다.
2026 동대문페스티벌은 10월 3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장한로 일대에서 열린다.
[동대문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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