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명: 뉴스홈 > 포토/영상 > 미담 기사 제목:

가위에 담은 15년 이웃사랑…동대문구 구민상 받은 ‘아르미봉사단’

2026-09-22 19:51 | 입력 : 이도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X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링크 복사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X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링크 복사

* 전농1동 경로당 5곳 매달 찾아 어르신 이·미용 봉사…거동 불편하면 가정까지 방문
* 55년 경력 이발사부터 미용사·봉사자까지 5명 한마음…명절 앞두고 주말도 반납
* 15년 가까이 사비·회비로 장비 마련…고된 봉사 이어갈 현실적인 지원도 필요


서울 동대문구 전농1동의 경로당에는 매달 한 번씩 경쾌한 가위질 소리가 울려 퍼진다.

어르신들의 머리를 정성스럽게 다듬는 주인공은 올해 동대문구 구민상 봉사부문을 수상한 ‘아르미봉사단’이다.

단순히 머리를 깎아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랫동안 만나온 어르신들의 건강과 안부를 묻고, 거동이 불편하면 부축하며 때로는 집까지 찾아간다. 어느덧 동네 어르신들에게는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단골 미용실’이자 반가운 이웃이 됐다.

아르미봉사단의 시작은 약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영열 회장이 경로당을 찾아 홀로 이발 봉사를 시작했다. 머리를 손질하기 위해 외출하는 것조차 신체적·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 보자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찾는 어르신들이 늘어나면서 약 2년 뒤 지금의 봉사단 모습을 갖추게 됐다.

김 회장은 1972년 이발 자격증을 취득한 베테랑 이발사다. 오랜 세월 현장에서 익힌 정통 가위 커트 솜씨로 지금도 어르신들의 머리를 직접 손질한다.

여기에 12년째 활동하고 있는 정인채 미용사와 13년째 함께한 김종례 미용사가 힘을 보태고 있다.

봉사단이 매달 경로당을 빠짐없이 찾아갈 수 있는 데는 뒤에서 돕는 봉사자들의 역할도 크다.

6년째 함께하고 있는 이금란 봉사자는 무거운 이·미용 도구를 차량에 싣고 단원들의 이동을 돕는다. 현장에서는 어르신들의 순서를 정리하고 활동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등 봉사단의 살림꾼 역할을 맡고 있다.

권혁종 총무도 현장에서 어르신들을 돕는다.

권 총무는 하루에도 수십 명의 머리를 손질하는 미용사들의 손을 바라볼 때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나도 미용을 배워 함께 머리를 깎아드릴 걸 그랬다”고 말할 정도로 동료들을 살뜰히 챙긴다.

이렇게 5명이 한 팀이 돼 오랜 시간 아르미봉사단을 지켜왔다.

봉사하는 날은 말 그대로 하루가 꼬박 걸린다.

한 달에 한 번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창반·크레시티3단지·청송·화목·전일 등 전농1동의 5개 경로당을 돌며 어르신들의 머리를 손질한다.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여성 미용사들은 크레시티·창반·청송 경로당을, 남성 미용사들은 화목·전일 경로당을 맡아 봉사한 뒤 오후에 다시 합류한다.


어르신들이 아르미봉사단을 기다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머리만 깎고 끝내지 않는다. 하얗게 길어진 눈썹까지 정성스럽게 다듬는다. 작은 손길이지만 머리를 단정하게 손질한 어르신들에게는 외출하고 사람을 만나는 자신감을 되찾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에게는 봉사단원들이 직접 부축해 보조를 맞춘다. 경로당까지 나오기 어려운 어르신이 있으면 김영열 회장이 조용히 집까지 찾아가 이발해 주기도 한다.

오랜 시간 얼굴을 마주하다 보니 이제는 서로의 사정까지 아는 사이가 됐다.

머리를 깎으며 “건강은 어떠시냐”, “배우자는 잘 계시느냐”고 안부를 묻는다. 어르신들 가운데는 “나는 저분에게 깎겠다”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단골도 생겼다.

이번 추석을 앞두고는 평소와 달리 주말에도 가위를 들었다.

명절에 찾아올 자식들에게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헤아려 봉사단원들이 주말을 반납하고 이·미용 봉사에 나선 것이다.

15년 가까운 봉사를 가능하게 한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약속’이었다.

봉사단원들은 한 달 전에 다음 봉사 날짜를 정한다. 한번 정한 날은 다른 개인 일정을 잡지 않는다. 어르신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오랜 봉사 뒤에는 말하지 못했던 어려움도 있다.

하루 봉사에 미용사 한 명이 많게는 30명 안팎의 머리를 손질해야 한다. 장시간 가위와 기계를 사용하다 보면 손과 손목에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

이·미용 기계와 칼날 역시 계속 교체해야 하는 소모품이다. 오래된 칼날은 머리카락을 제대로 자르지 못해 어르신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어 제때 교체해야 한다.

그동안 이 비용은 대부분 봉사단원들의 사비와 회비로 충당해 왔다.

일부 어르신들은 아르미봉사단이 구청으로부터 운영비나 장비 비용을 지원받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오랜 기간 단원들이 비용을 부담하며 봉사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봉사단이 오랫동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필요한 장비 등에 대한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봉사단에 함께하고 싶다는 대기자도 있지만 찾아가는 이동 봉사의 특성상 많은 인원이 움직이기 어려워 현재의 소규모 운영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하루 수십 명의 머리를 손질해야 하는 기존 봉사자들의 체력 부담을 덜기 위해 남성 미용사 한 명 정도가 더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금란 봉사자는 “무엇보다 기술자 선생님들의 건강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15년 전 한 사람의 가위에서 시작한 봉사는 이제 다섯 사람이 함께하는 이웃사랑이 됐다.

머리카락은 다시 자라지만 매달 약속을 지키며 찾아오는 사람의 정은 오래 남는다. 아르미봉사단의 가위질이 어르신들에게 특별한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동대문이슈]
빠르고 바른 우리 동네 뉴스 플랫폼!
ddmissue.com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X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링크 복사
Copyrights ⓒ 동대문 이슈 & www.ddmissue.com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더보기 이도
동대문 이슈로고

대표자명 : 이백수ㅣ상호 : 동대문 이슈ㅣ주소 :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로190 201동 505호(전농삼성@)

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04211 ㅣ 신문등록일자 : 2016년 11월 14일ㅣ발행일자 : 2016년 12월 3일ㅣ발행인·편집인·청소년책임자 : 이백수 
전화번호 : 02)2247-5234 ㅣ fax번호 : 02)2247-5234 ㅣ 이메일(기사제보) : bsl1952@naver.com 
Copyrightⓒ 2016 동대문 이슈.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