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란 너무 평범한 날인 동시에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 괴테
초여름 더위가 시작된 오후, 공원 인공폭포는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서울시 예산으로 조성된 이 폭포는 주민들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더위를 식히며 휴식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그런데 정작 폭포 앞 가장 좋은 자리에는 대형 화물차 한 대가 버티고 서 있었다.
구청에 문의했더니 처음에는 "내일 행사가 있어서 온 차량인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고, 이후 "서울형 키즈카페 행사 준비 차량"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행사가 내일 아침이라면 왜 오늘 주민들이 공원을 이용하는 시간에 폭포 앞을 가려야 했을까. 행사 준비가 필요했다면 이용객이 적은 시간에 설치하거나 차량 위치를 조정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서울형 키즈카페는 아이들과 가족들을 위한 좋은 사업이다. 문제는 행사 자체가 아니다.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공공간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공원은 행사를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주민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다. 행사가 주민을 위한 것이라면, 행사 준비 역시 주민에 대한 배려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행정은 거창한 구호나 대규모 사업으로만 평가받지 않는다. 주민들이 매일 마주하는 작은 배려와 세심함 속에서 신뢰를 얻는다.
폭포는 흐르고 있었지만, 주민들의 시선은 막혀 있었다.
어쩌면 주민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화물차 한 대가 아니라, 그 뒤에 보이는 행정의 무심함인지도 모른다.
폭포를 틀어놓고 폭포를 가리는 행정.
주민들이 고개를 갸웃한 이유는 바로 그 한 장면에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