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불과 7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서울 동대문구를 비롯한 전국 골목 곳곳에는 후보자들의 거리 현수막이 빼곡히 내걸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주요 사거리와 상가 밀집지역마다 후보 얼굴과 구호가 넘쳐난다. 선거철만 되면 반복되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AI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치만 유독 시대 흐름을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폰 보급률과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갖춘 나라다. 국민 대부분이 모바일 금융, 온라인 쇼핑, 전자민원, 비대면 행정을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 기술 역시 빠르게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정치는 여전히 거리 현수막, 확성기 유세, 종이 공보물 중심의 ‘아날로그 선거문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유권자 상당수는 후보 정보를 스마트폰 검색이나 유튜브, SNS, 포털 뉴스 등을 통해 접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거리 현수막보다 모바일 콘텐츠와 짧은 영상, 온라인 토론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럼에도 선거 때마다 수많은 현수막과 종이 인쇄물이 쏟아지는 이유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기존 선거 방식에 대한 관성”과 “고령층 중심 선거 전략”, “보여주기식 조직 동원 정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과학과 기술을 충분히 신뢰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사전투표를 둘러싼 일부 정치세력의 불신 조장 논란은 디지털 시대 대한민국 정치의 민낯을 드러낸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국민들은 하루에도 수십 차례 스마트폰으로 금융거래를 하고, 수억 원대 자산도 모바일 인증 하나로 송금한다. 주민등록등본 발급부터 세금 납부, 병원 예약, 공공서비스까지 대부분 전산 시스템 위에서 운영된다.
그런데 유독 선거만 되면 “전자 시스템을 믿을 수 없다”며 사전투표 자체를 불신하거나 본투표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반복된다.
이에 대해 시민들 사이에서는 “전자금융은 믿고, 인터넷 뱅킹은 믿고, 모바일 행정은 믿으면서 선거 시스템만 못 믿는다는 것은 정치적 불신을 의도적으로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반문도 나온다.
더욱이 정당의 존재 이유는 결국 국민의 선택을 받아 정권을 잡고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다. 그렇다면 정권을 잡은 이후에도 과거식 수기·아날로그 방식으로 국가 시스템을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선거문화로의 전환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지적한다. 단순한 현수막 경쟁이 아니라 정책 데이터와 공약 검증, AI 기반 토론 플랫폼, 온라인 공개 질의 시스템 등으로 선거문화가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AI와 데이터 기반 사회로 가는 시대에 선거만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으면 정치에 대한 시민 피로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치가 시대 변화를 가장 늦게 따라가는 영역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6·3 지방선거 D-7.
손안의 스마트폰은 이미 미래로 가고 있지만, 거리의 정치만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정치권 전체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