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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 그리운 초여름의 향기

2026-06-19 15:43 | 입력 : 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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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포 향기는 사라져도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남는다"

단오(端午)

창포 향기 물결 따라 바람은 푸르고
그네 끝에 매달린 웃음은 하늘에 닿는다.
모내기 끝난 들녘엔 풍년의 꿈이 자라고
그리운 사람들 안부가 햇살처럼 번져간다.


음력 오월 초닷새.

모내기를 마친 들녘에는 초록빛 벼가 바람에 흔들리고, 산과 들에는 쑥 향기가 짙게 번졌다. 사람들은 창포를 삶아 머리를 감고, 대문에는 약쑥을 걸어 액운을 막았으며, 읍내장터의 큰 개울가 단오 씨름판과 그네뛰기 마당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단오는 단순한 명절이 아니었다.

긴 겨울을 지나고 봄을 건너온 사람들이 더위와 질병을 이겨내고, 풍년과 건강을 기원하며 서로의 안녕을 빌던 날이었다.

어린 시절 단오가 되면 집안에는 창포 삶는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곤 했다.

희미한 기억 속에는 어머니가 나이 차이가 열다섯 살이나 나는 누이의 머리를 창포물에 감겨 주시고, 긴 머리카락을 곱게 빗어 땋아 주던 모습이 아스라이 남아 있다.

햇살은 마당 가득 번져 있었고, 검게 윤이 나던 머리카락에서는 창포 향기가 났다. 무엇이 그리 즐거웠는지 웃음꽃이 피어났고, 그 풍경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한 장의 그림처럼 가슴속에 남아 있다.

마당 한켠에 말려 놓은 쑥 냄새와 햇볕에 데워진 흙냄새,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던 그네뛰기 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잊히지 않는다.

지금은 창포 비녀를 꽂는 사람도 드물고, 읍내장터의 큰 개울가 단오 씨름판도 보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단오가 품고 있던 마음만은 여전히 남아 있다.

가족의 건강을 바라고,
풍년을 기원하고,
서로의 무탈함을 빌어주던 마음.

그것이 단오의 본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면 인생도 계절을 닮았다.

봄이 오면 씨를 뿌리고,
여름을 앞두고 단오를 맞으며 풍년을 기원하듯,
사람 또한 희망을 품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창포 향기 머금은 바람이 스쳐 가는 초여름.

올해 단오에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리운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곁에 있는 이들의 건강을 빌고,
먼 곳에 있는 이들의 안부를 생각하며,
지난 세월의 은혜에 감사해 본다.

단오는 액운을 쫓는 날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잊고 지냈던 마음을 다시 불러오는 날인지도 모른다.

창포꽃은 시들고 쑥 향기도 사라지지만,
사람을 아끼는 마음만은 계절을 건너 오래 남는다.

그래서 단오가 오면 우리는 다시 초여름을 맞는다.

들녘의 푸른 벼처럼,

새로운 희망을 품고.

부디 모두 건강하시고 안녕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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