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청량리역을 서울역·삼성역과 함께 GTX 핵심 환승거점으로 관리하고, GTX-B·C 간 ‘수평환승체계’를 국가 환승정책의 대표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청량리역은 이미 지하철 1호선과 경의중앙선, 수인분당선, 경춘선 등이 만나는 서울 동북권의 대표 철도거점으로, GTX-B와 GTX-C까지 연결되면 수도권 동서·남북을 잇는 핵심 광역교통축으로 역할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동대문구 주민 입장에서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GTX가 청량리역을 얼마나 많이 지나가느냐’가 아니라 ‘그 이용객을 얼마나 청량리역에서 내리게 하고, 동대문구에 머물게 할 것이냐’는 문제다.
* GTX-B·C, 청량리역서 ‘수평환승’
국토부 대광위는 철도사업 초기부터 환승체계를 함께 검토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청량리역 GTX-B·C 간 수평환승체계를 대표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수평환승은 서로 다른 노선으로 갈아탈 때 여러 층을 오르내리거나 긴 통로를 이동하지 않고 가능한 한 같은 층 또는 가까운 동선에서 환승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청량리역에서는 GTX-B와 GTX-C 이용객의 환승거리와 시간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가 기존의 ‘철도 먼저 건설하고 환승시설은 나중에 붙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철도계획 단계부터 환승을 함께 설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청량리역은 중요한 사례다.
* 청량리·서울·삼성역 ‘GTX 환승 Triangle’
청량리역의 위상은 정부가 제시한 ‘GTX 환승 Triangle’에서도 확인된다.
청량리역과 서울역, 삼성역은 GTX 주요 환승거점 가운데 국가가 직접 계획·관리하는 핵심축으로 분류돼 있다.
서울역이 도심권, 삼성역이 강남권의 거점이라면 청량리역은 서울 동북권과 수도권 동부를 연결하는 중심축 역할을 맡게 된다.
GTX-B는 인천대입구에서 부평·신도림·여의도·용산·서울역·청량리·상봉 등을 거쳐 마석까지 이어지는 동서축이고, GTX-C는 덕정에서 의정부·창동·광운대·청량리·왕십리·삼성을 지나 과천·금정·수원까지 이어지는 남북축이다.
정부가 제시해 온 계획대로 두 노선이 개통되면 청량리역을 중심으로 서쪽 인천·부천에서 동쪽 남양주·마석까지, 북쪽 의정부·양주에서 남쪽 강남·과천·수원까지 생활권이 크게 넓어질 수 있다.
GTX-B의 경우 마석~청량리 이동시간을 기존 45~75분 수준에서 약 23분까지 줄이는 목표도 제시된 바 있다.
동대문구 주민들의 출퇴근·통학·생활반경이 넓어지는 것은 물론, 수도권 각지에서 청량리로 들어오는 접근성도 크게 좋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 중요한 것은 ‘빠른 환승’만이 아니다
하지만 청량리역의 미래를 환승시간만으로 볼 수는 없다.
GTX 승객이 청량리역에 도착해 곧바로 다른 철도로 갈아타고 빠져나간다면 청량리역은 편리한 환승역은 될 수 있어도 동대문구에는 단순한 ‘통과역’으로 남을 수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청량리에서 내리는 것이다.
내린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전농·답십리·제기·장안동 등 동대문구 곳곳으로 이동하고, 경동시장과 서울약령시장, 청량리 전통시장권, 병원과 상업·문화시설을 이용하며 머물도록 만들어야 GTX의 효과가 지역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청량리역의 성공 기준을 ‘몇 개 노선이 지나가는가’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내려 머무는가’로 바꿔 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 결국 다시 ‘복합환승’의 문제다
바로 이 때문에 청량리역의 복합환승 기능이 중요하다.
철도와 철도만 빠르게 이어주는 것이 아니라 GTX·기존 철도·지하철·버스와 보행동선을 하나로 연결하고, 이를 지역 상권과 생활권으로 확산시키는 구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본보는 앞서 제4차 환승센터 및 복합환승센터 구축 기본계획을 분석하면서 ‘청량리역 환승센터는 살아남았지만 복합환승센터는 빠졌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국가계획에는 청량리역 환승센터가 총사업비 1,699억원, 2031년까지의 계속사업으로 반영됐지만 같은 서울 동북권의 상봉역은 1조700억원, 창동역은 4,946억원 규모의 ‘복합환승센터’로 명시됐다.
본보는 당시 서울시 타당성 평가에서 당초 통합대합실 등 주요 기능이 빠지고 사실상 지하 버스환승시설 중심으로 검토된 결과 B/C 0.11이 나온 배경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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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의 「GTX 청량리역 환승센터 타당성 평가 및 기본계획 수립 최종보고서」. 이 용역에서 B/C 0.11이 제시됐지만, 당시 동대문구는 ‘청량리역 광역환승센터 추진 순항 중’이라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냈다. |
이번 기사에서 다시 확인해야 할 핵심은 하나다.
지하철과 기존 철도, 새로 들어오는 GTX-B·C, 버스를 하나로 연결하는 복합환승 기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B/C 0.11을 청량리역 복합환승센터 전체의 경제성이 부족한 결과로 받아들여도 되는가 하는 점이다.
주민 입장에서는 “핵심적인 통합환승 기능을 제외한 채 계산한 낮은 B/C가 결국 복합환승센터를 축소하는 명분으로 사용된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를 의도적인 결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어떤 기능을 제외하고 어떤 범위를 대상으로 0.11이 산출됐는지, 그 결과가 당초 복합환승 구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서울시와 관계기관이 보다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 이삭공원 쪽 ‘동쪽 출입구’…지금부터 따져야
청량리역 GTX의 출입구 문제도 같은 관점에서 봐야 한다.
특히 이삭공원 쪽 GTX 청량리역 동쪽 출입구는 전농동과 답십리동 등 동쪽 생활권 주민들의 접근성과 직접 연결된다.
그러나 단순한 이용 편의 문제만은 아니다.
동쪽 출입구는 GTX 이용객을 전농·답십리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사람이 나와야 상권으로 이어지고, 버스를 타야 동대문구 곳곳으로 퍼지며, 그 과정에서 지역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
따라서 이삭공원 쪽 동쪽 출입구는 단순한 출입구 하나가 아니라 청량리역의 광역교통 효과를 지역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도시 인프라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GTX 시설이 모두 완성된 뒤 출입구를 추가하려면 비용과 공사 난도는 훨씬 커질 수 있다. 지금부터 설치 가능성과 위치, 환승시설과의 연결방식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 주민들은 얼마나 설명을 들었나
이 과정에서 또 하나 짚어볼 대목은 주민과의 소통이다.
이삭공원 쪽 동쪽 출입구 설치 문제나 서울시의 청량리역 복합환승센터 관련 용역, B/C 0.11이 나온 타당성 검토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의견수렴이 이뤄졌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출입구 위치와 환승동선, 버스 연계, 통합대합실과 복합환승 기능은 모두 주민들의 일상과 동대문구의 향후 발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이런 핵심 내용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은 채 행정기관과 용역기관 중심으로 논의됐다면 절차적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청량리역의 구조와 환승체계는 수십 년간 지역 교통과 상권, 생활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주민설명회와 공개토론, 관련 자료 공개 등을 통해 주민들이 내용을 이해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앞으로라도 서울시와 동대문구, 관계기관은 현재의 환승센터 계획과 당초 복합환승 구상에서 달라진 부분, 이삭공원 쪽 동쪽 출입구 검토 여부 등을 주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지역의 미래를 바꿀 사업이라면 주민은 결과를 통보받는 사람이 아니라 계획을 묻고 의견을 내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
* 상봉은 ‘복합환승센터’…청량리는 어디로 가나
청량리역이 국가 GTX 핵심거점이라는 사실만으로 안심할 수도 없다.
같은 서울 동북권의 상봉역은 1조700억원 규모의 ‘복합환승센터’로 국가계획에 명시된 반면 청량리역은 1,699억원 규모의 ‘환승센터’로 반영됐다.
단순히 사업비 규모만 놓고 두 사업의 우열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동북권 교통거점 경쟁에서 청량리역의 복합환승 기능과 지역 연결성이 약해지는 것은 아닌지 주민들이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국가가 청량리역을 서울역·삼성역과 함께 GTX 핵심거점이라고 말한다면, 그 위상에 걸맞은 환승체계와 지역 접근성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
* 이제 주민들이 물어야 한다
청량리역의 미래는 GTX 노선 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청량리역에서 내려 버스로 연결되고, 시장과 상권·병원·문화시설을 이용하며 동대문구에 머무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주민들에게 돌아온 설명은 충분했는가.
당초 복합환승센터 구상에서 무엇이 빠졌는지, B/C 0.11은 정확히 어떤 범위를 평가한 수치인지, 이삭공원 쪽 동쪽 출입구는 검토되고 있는지 주민들은 얼마나 제대로 설명을 들었는가.
이제 더 이상 ‘GTX가 온다’는 말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공약이 아니라 설계를 보고, 구호가 아니라 사업범위를 보고, ‘순항 중’이라는 홍보가 아니라 실제로 무엇이 남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주민설명회를 요구하고, 관련 용역자료 공개를 요구하고, 동쪽 출입구 설치 검토를 요구하고, 복합환승 기능을 되살릴 방안을 요구해야 한다.
지역 현안은 기다린다고 저절로 지켜지지 않는다.
주민이 묻지 않으면 설명도 줄어들고, 요구하지 않으면 우선순위에서도 밀릴 수 있다.
청량리역을 GTX가 지나가는 역으로 만드는 것은 국가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승객을 청량리에서 내리게 하고, 동대문구에 머물게 하는 것은 결국 지역이 해내야 한다. 이제 주민들도 지켜보는 데서 끝내서는 안 된다. 묻고, 요구하고, 확인하고, 그 결과를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선거에서도 평가해야 한다.
“GTX가 청량리를 지나가는가”가 아니라, “사람을 청량리에 내리고 머물게 할 준비를 했는가.” 이 질문만큼은 누구도 피해가서는 안 된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길은 놓였는데 사람은 머물지 않는다.
약속은 남았는데 결과는 보이지 않는다.
두려운 것은 길이 아니라,
그 길 끝에 우리 동네가 없을까 하는 것이다.”
[동대문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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