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지팡이로 바닥을 조심스럽게 두드려보고, 손으로 허공을 수차례 휘저으며 한걸음 한걸음씩 옮길 때마다 구청 주무관의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
7월 6일 동대문구 청사 출입구 앞에서 저시력 안경을 쓴 유형철 주무관은 흰 지팡이를 짚고 민원창구를 찾아가는 체험에 참여했다. 유 주무관은 “눈앞이 안 보이니, 어디서 장애물이 나올지 몰라 긴장의 연속이었다. 짧은 체험을 통해 시각장애인분들이 평소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느끼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유 주무관이 체험한 프로그램은 ‘동대문구 국민정책디자인단’의 현장조사 과정 중 하나였다. ‘국민정책디자인단’(이하 정책디자인단)은 정책 수요자인 ‘국민’, 정책 담당자인 ‘공무원’, 해당분야 ‘서비스디자이너’ 등이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공공서비스를 개선하는 ‘국민참여형’ 정책모델이다.
동대문구는 2018년부터 사업에 참여했으며 올해는 총 13인(구민 5인 포함)의 정책디자인단을 모집했다. 정책디자인단은 매년 새로운 정책개선 과제를 선정하며, 2023년에는 ‘디지털시대 종합민원실 점자환경개선’을 목표로 지난 6월 8일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 현장조사는 시각장애인 및 저시력자의 행정서비스 접근성 향상을 목적으로 정책디자인단이 직접 발로 뛰고 체험하여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실시됐다.
이날 체험은 시각장애 체험 안경을 착용하고 구청사를 이동할 때 직면하는 문제점을 찾는 ‘서비스 사파리’ 기법과 시각장애가 있는 주민이 안내견과 함께 지하철역에서 출발하여 구청을 방문하고 민원서류를 발급하는 여정을 그대로 따라가며 문제점을 분석하는 ‘쉐도잉(shadowing)’ 조사 방법이 사용됐다.
또한,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동문장애인복지관’을 방문하여 중도․경도 등 단계별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후천적으로 시각장애를 갖게 된 한 주민은 시각장애인 및 저시력자를 위한 정책 개발에 힘쓰고 있는 정책디자인단의 활동에 감사를 표하며 시각 장애인을 위한 더 많은 관심과 정책실현을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시각장애를 가진 동대문구 직원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여 다양한 입장에 있는 정책 수요자들의 불편 사항을 폭넓게 파악했다.
정책디자인단은 이번 현장조사 결과를 포함하여 올해 9월까지 추가적인 회의를 진행, 시각장애인 친화적인 구청사 및 종합민원실 환경을 더욱 정밀하게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시각장애인이 생활에 꼭 필요한 민원 업무를 보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안타깝다.”며 “이분들이 편리하게 구청을 방문하여 다양한 행정서비스를 받으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구청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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