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을 기피하거나 감면받기 위해 각종 속임수를 동원하는 '병역면탈' 수법이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과거 7종에 불과했던 수법이 이제는 47종으로 늘었지만, 이들을 관리·단속하는 특별사법경찰관과 모니터링 전문 요원 숫자는 모두 4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최근 상처가 없는 손가락에 밴드를 붙이고 병무청 다한증 검사에 임했다. 실제 그의 손에서 물이 떨어졌고 A씨는 고대하던 병역 감면을 눈앞에 두는 듯 했다. 현행법상 수술여부에 관계없이 주먹을 쥐었을 때 30초에서 3분 이내에 땀이 떨어지면 4급 판정을 받아 보충역으로 편입된다.
그러나 A씨의 꿈은 실현되지 않았다. 검사 직전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면서 밴드에 미리 물을 흡수시켰고, 검사 현장에서 주먹을 쥐며 땀인 것처럼 짜냈던 것. 병무청은 현장에서 A씨의 밴드를 압수하고 그를 형사 입건했다.
이외 응원용 에어혼 등을 장기간 귀에 노출시켜 청력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수법, 여성 행세를 하며 성정체성 장애자로 위장하는 방법, 문콕방지용 쿠션을 머리에 부착하거나 신발 깔창을 사용해 고의로 신장을 높이는 꼼수, 쌍둥이 대리 수검 등이 적발됐다.병역면탈 수법은 조직적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지난 2020년에는 K3리그 출신 축구선수 B씨 등 동료 선수 4명이 고의로 아령을 쥔 채로 손목을 늘어뜨린 뒤 무리하게 돌려 인대에 손상을 줘 수술을 받는 방식으로 실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기도 했다.
7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병무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2년 7종에 불과했던 병역면탈 수법은 현재 확인된 것만 47종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 등을 통해 병역면탈을 조장한 행위 역시 지난 2017년 2162건에서 2021년 3021건으로 약 40% 급증했다.
그러나 병역면탈을 관리·단속하는 인력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었다. 2022년 현재 병무청에는 40명의 특별사법경찰관이 근무하고 있는데, 2012년 39명, 2014년 40명, 2016년 38명, 2020년 39명으로 사실상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이들 인력 40명 중 12명은 민원, 병무사범 업무 등 다른 병무행정을 겸직하고 있는 실정이다.
3천여건에 달하는 병역면탈 조장 행위를 감시하는 인력도 4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무청 병역자원국 병역조사과에서 사이버 병역면탈 조장 행위를 감독하고 있는데, 사이버 수사 담당자 1명, 온라인 모니터링 전담요원 공무원 1명, 그리고 사회복무요원 2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안 의원은 "병역면탈 행위는 성실히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병역 의무자들의 사기를 저하하고, 국민 갈등을 유발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도록 특별사법경찰관 조직을 개편하고 인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니터링 요원 보충이 어렵다면, 인공지능을 이용한 차단 시스템 등 다양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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