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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째를 맞은 청량리4구역 쇠사슬 시위 현장 모습(사진 = 동대문 이슈) |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4구역은 65층짜리 5개동이 들어설 예정인 가운데 청량4지구연합 비상대책위원회와 청량리4구역 집창촌 비대위 세입자들의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진눈개비가 오락가락하는 21일 오전에도 청량4지구연합 비상대책위원회는 폐상가 옥상에서 건설사 등의 용역들의 진입을 막고 보상을 요구하는 쇠사슬 시위로 9일째를 맞았다.
또 성바오로 병원 한쪽 벽에 기댄 비닐 텐트 안에는 연합비대위 측 어르신들 20여분이 폐상가 옥상에서 구군분투하는 이들한테 보내는 응원 모습도 애처럽다.
거기다 인근 굴다리 옆 롯데건설 공사장 진출입로에는 청량리4구역 집창촌 비대위가 추가 보상을 요구하는 월요일 정기집회시위가 이어지고 있었다.
1987년쯤인가? 지금의 전농동 우성아파트 건설 공사당시에도 ‘도정법’이란게 있어 재개발지역으로 확정되기 1달전에 전입신고된 세입자들에게는 아파트 방 1칸 입주권 아니면 3개월치 생활비에 준하는 이사비용 가운데 하나를 받을 수 있었다.
당시 ‘종로천’이라 불리는 동네에는 보통 한 가옥에 서 너 집이 전월세로 살았는데 방한칸에 3대가 사는 집안도 적지 않은 시절이었다. 30여만원 보증금에 월세 얼마로 사는 이들에겐 집을 비우면 득달같이 철거하고 재개발 조합에서는 아파트 방1칸 입주권을 세입자들에게 줬다.
당시 아파트 방1칸 입주권을 복덕방 등에 내다팔면 10만원부터 시작한 것이 일주일에 10만원쯤 오르더니 두어달이 지난뒤엔 300만원을 호가했다. 그런데도 워낙 가진 게 없는 이들은 50만원을 호가할 때부터 내다팔기 시작하여 300여만원 즈음에는 복덕방 주인들과 투기꾼들만의 거래가 됐다.
30여년이 지난 청량리4구역도 비슷했던 모양이다. 힘없고 빽없고 그저 순진한 세입자들은 조합측에서 제의한 200여만원을 받고 이사를 갔으나 이리저리 버티며 눈 밝은 이들은 1억여원을 받은 사람도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어떤 정치인이 목포에 문화지구를 만든다며 29채의 주택을 사들인 의혹으로 시끄러운 세상이다. 어마무시한 다이아 목걸이를 찬 이들에겐 건설사 용역들이 들이닥칠까 봐 목에 쇠사슬을 걸고 추운 옥상에서 칼잠을 자며 뛰어내릴 준비를 하는 이들의 삶을 모른다.
없는 사람들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는 모양이 별반 다르지 않게 인생살이가 빡빡하다. 가진 이들이 아주 조금만 나누면 없는 이들은 목숨을 담보로 쇠사슬 시위를 하지 않아도 된다.
동대문구 주민들의 선택을 받아 당선된 선출직들께서 목에 쇠사슬을 두르고 추운 겨울을 보내는 현장 위로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정치인 사진이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누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옥상에서 내려오고, 비닐텐트와 차가운 아스팔트에서 벗어나 손자 손녀의 재롱속에서 조상의 은덕을 함께 칭송할 수 있는 우리의 설날이 꼭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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