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의회 행정기획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1월 12일(금) 동대문구 장안동에 위치한 ‘중랑천 눈썰매장’ 현장을 방문했다.
이날 방문에는 손세영 위원장, 이규서·김용호 부위원장, 정성영·정서윤 위원 등 5명이 참여하여 지난 1월 8일(월) 개장한 중랑천 눈썰매장의 주요 시설들을 꼼꼼히 둘러보고 시설별 조성현황과 운영실태, 아울러 겨울철 기상변화 대응 및 안전사고 위험에 철저한 대비가 되어 있는지 등을 확인했다.
위원들은 현장에서 동대문구 체육진흥과장으로부터 사업 추진경과 보고 및 현장안내를 받고 주민들이 이용하는데 불편함이나 애로사항은 없는지 △시설물 구성 및 동선 △현장요원 배치현황 ▲개장 후 주요 민원사항 ▲안전관리 실태 등의 관점에서 두루 살폈다.
중랑천 제1체육공원 야외수영장 부지에 조성된 눈썰매장은 동대문구에서 올해 처음 운영하는 시설로, 근처에 아이들을 위한 겨울 놀이터가 없어 그동안 타 자치구나 서울 밖으로 나들이를 가야 했던 구민들을 위해 예산 5억을 들여 마련한 겨울철 야외 놀이공간이다.
하지만, 이번 눈썰매장은 사실 예산심의 과정에서 원안 통과가 쉽지 않았던 사업이다. 24년 본예산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작년 11월 구청에서는 용역 입찰공고부터 내고 참가등록 접수 및 제안서 평가위원회 개최 일정을 미리 공개하는 등 절차상에 심대한 하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집행부가 입찰공고문에 ‘계약 전 발주처의 사정으로 사업진행이 불가할 경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덧붙였고, 이에 대해 위원들은 예산이 미확보되어 사업을 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구청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의도를 담아둔 것이라며 크게 공분했다.
사업비 편성 근거도 명확하지 않고, 운영계획의 구체성 부족, 철거 이후 대책 부재, 행정절차 무시, 준비기간 촉박 등 검토과정이 매우 부실하여 자칫 고비용-저편익 사업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많은 사업이었지만, 예결위에서 구민들의 기대와 바람을 좀 더 우위에 두고 심사한 결과 예산이 최종 의결됐다.
눈썰매장을 둘러본 행정위 위원들은 구(區)가 유휴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체험거리와 놀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는 당위성이 인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사업이 졸속으로 추진되어 회계연도 시작 8일 만에 시설을 개장한 것은 극히 유감이며, 많은 예산에 비해 불량한 바닥공사, 전선 노출 및 혼잡 등 곳곳에 보이는 위험요소와 허술한 부분들은 안전 측면에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몇몇 위원들은 현장에 설치된 슬로프 구조물, 간이화장실, 부스 등은 운영 후 구에 귀속시키거나 애초부터 지속가능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를 했다면 주민의 혈세인 5억이 한 달 남짓만 쓰이고 휘발되는 낭비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집행부의 근시안적인 행정 처리에 대해서도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손세영 위원장은 “동대문구민을 위한 겨울철 놀이시설로서 눈썰매장의 필요성과 사업 취지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한다. 하지만, 중랑천 눈썰매장은 충분한 검토나 의회와의 사전교감 없이 급하게 사업을 추진해 졸속행정의 극치를 보여준 사례가 되었다”며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앞으로는 이렇게 행정편의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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